작품설명 |
우리나라 소도시의 중심은 바깥으로 옮겨 가고 있다. 상업시설과 주거가 공존하던 구도심이(적어도 소도시에서는 아직도 그렇다) 새로운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도시 외곽에 자리 잡으면서 그쪽으로 재빨리 옮겨간다. 구도심에서 주거와 그 밖의 도심 활동이 혼재되어 있었다면 새로 형성된 도심에서는 이 두 요소가 뚜렷한 경계를 가지며 병치된다.
운문 유치원은 경산의 신도심에 위치한다. 이곳에는 아직 도심이라고 할 때의 그 마음(心)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 주거, 상가, 신설도로, 학교들이 조닝의 틀 위에 어설프게 얹혀 있다는 표현이 더 가깝겠다. 그 틀 중의 한 블럭은 단지를 조성하면서 과감하게 행해졌을 절토의 위기를 벗어난 야트막한 야산인데 이곳이 운문 유치원이 등 뒤에 얹고 있게 될 근린공원이다. 근린공원의 북서쪽 반대편에는 최근 시립 박물관이 신축되었다. 계획지는 사변이 도로로 둘려 쌓인 야산의 한 모퉁이를 도려내어 조성되었고, 주변도로와 6~7m의 높이차를 갖춘다. 우리가 대지를 처음 방문했을 때의 느낌은 5년 전 천사유치원 때문에 안양을 방문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성급히 조성된 신시가지에 어설피 포함된 산자락을 보면서 우리는 동물원 울타리에 포획된 야성을 떠올렸다. 우리는 계획대지에서 배후공원과 앞 쪽의 도시가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는 잠재력을 느꼈고, 작은 규모의 건물이 주변에 끼칠 수 있는 힘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건축주인 운문사 측에서도 단순한 교육시설 보다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적극적으로 이웃들과 교류하는 공간을 원했던 점도 우리를 고무시켰다.
유치원의 중심은 공원 쪽 마당에 있다. 마당을 중심으로 도시를 향해 펼쳐진 손가락처럼 교실들이 매달리고 교실들 사이로 홀과 도시를 시각적으로 연결하는 틈이 난다. 평면에서는 도시와 적극적 소통을 원하는 유연하고 열린 형태지만 각 교실을 규정짓는 벽들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도시를 향한다. 도로레벨에 접한 지하1층 근린 생활시설 의 외벽은 쪽널 노출 콘크리트로 되어 전체 볼륨의 기단이 되고 1,2층의 유치원 볼륨들이 그 위에 얹힌다. 그 볼륨들의 외벽 마감은 40×230mm 사이즈의 납작하고 긴 이형 적벽돌로 한다. 기단부는 점판암으로 이루어진 배후 공원과 혈연관계를 이루며 촘촘히 짜이는 적벽돌의 질감은 대규모로 단조로운 주변 시각 환경에 돌을 던진다. 유치원의 현관은 도로레벨에서 긴 램프를 타고 올라가 건물의 가장 깊은 곳으로 도달한다. 그곳에서 교실들이 매달린 중심의 공간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여러 요소들을 통합시키는 장치가 이곳에 설치된다. 한그루의 보리수나무, 씨어터, 기둥, 구름다리 그리고 커다란 원형 천창을 통해 그들 사이를 깊숙이 가르고 들어올 햇빛이 그것이다. 이 장치는 마당과 그 너머의 공원과 교실들, 도시 사이에 있을 수 있는 공간체험의 한 예시가 될 것이다. 각 교실은 초입에 좁고 낮은 주머니 공간을 갖으며 위 아래층의 두 주머니 공간사이에는 아래 위 교실의 서로 다른 연령의 아이들이 쉽게 만나 놀 수 있는 제 3의 공간이 있다. 형제, 자매 없는 아이들이 갈수록 늘어가는 추세에 서로 다른 연령대가 어울릴 수 있는 통합공간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