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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벽

위 치 부산 기장군 철마면 안평리 224-1
용 도 미지정 
작품설명 부산에 거주하는 300명 남짓한 천주교 평신도들로 구성된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며 교리 학습을 하는 재속맨발가르멜회의 회관이다. 부지 매입과 신축 비용을 천주교 부산교구의 도움 없이 회비로 충당하였기에 여유가 없었다. 지도신부는 있으나 상주하지 않고 모임 때 미사를 주도하는 역할정도이며 성전은 미사를 위한 주된 공간이라기보다는 회원들의 단체학습을 위한 강당역할을 하는 곳이다. 3개 반이 각각 한 달에 한 번 정기모임, 부정기적으로 반별 소단위 학습모임을 한다. 단체모임을 위한 강당인 성전과 소그룹학습을 위한 수용인원 10명 정도의 작은 교실 8개, 사무실, 회의실 등으로 구성되며, 회원들의 교류를 위한 북카페, 지도신부가 모임 때 3일간 머무르는 방이 있다.

설계의 시작은 부지 성격과 회원들의 성향, 모임의 주된 지향점을 해석하는 것에서 출발하였다. 부지는 오래된 농촌마을에 위치하며 부정형의 형상에 레벨이 도로보다 약 1m 낮은 땅이고 마당 넓은 목조 단독주택이 있었다. 주변은 주된 재료가 붉은 벽돌인 조용한 농촌마을이었는데, 근래에 창고나 공장들이 곳곳에 들어서면서 소음에 대한 고려가 요구되었다. 교리학습의 주된 지향은 침묵하는 공간이며, 재속회의 회원들은 주로 은퇴한 노령자가 많기에 접근과 이동의 편리성 또한 중요했다.
먼저 소음 차단, 비용 절감을 위해 토목옹벽에 사용하는 거푸집으로 대지 형상을 따라 거친 콘크리트의 곡선가벽을 구성했다. 삼각리브패턴의 원형 노출 콘크리트벽은 빛의 존재를 더욱 부각시켜서 그 자체가 아름다움을 가지도록 하였다. 이 벽에 붙여 경사로를 설치함으로써 노령자를 배려하고 전이공간을 조성했다.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면 만남을 위한 여유 있는 남향의 데크 마당이 있다. 마당은 전이공간(내부중정)과 묵상의 공간(성전)의 연결공간이며, 성전의 확장성을 수용한다. 내부 공간은 주강당과 학습공간으로 영역을 분리하고, 천창을 가진 오픈된 계단을 통해 3층의 교실까지 이어진다. 일조권을 반영한 자연스런 데크와 곳곳의 빈 공간들은 사용자를 위한 여유를 제공하고 주변과 만나는 접점이다. 밝음과 어두움, 내부와 외부가 반복되도록 동선의 흐름을 구성하여 다양한 공간체험이 가능하다.
비교적 소규모 단독주택이 많은 점을 감안하여 볼륨감을 줄이고자 했다. 가벽이 주된 역할을 담당하고 담쟁이넝쿨을 식재함으로서 주변건물의 재료를 감안한 치장벽돌과 함께 시간이 지나면 마을의 일부분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본래 있던 건물처럼 작동하기를 의도했으며, 건물의 마감이나 내부공간의 구성도 가능한 단순하고 소박하게 표현하였다. 노출콘크리트를 기본으로 하여, 내부공간의 성격에 따라 그 질감을 다르게 하였다. 성전은 가로송판 노출콘크리트와 백색에 가까운 엷은 회색 빛의 거창석잔다듬으로 마감하여 천창으로 들어오는 빛에 대응하였다. 무채색 콘크리트의 차가움은 성전을 채우는 가구와 목재창호의 한지 통해 들어오는 붉은석양빛에 의해 희석된다. 교실외벽의 에칭유리 창호를 통해서 새어 나오는 온화한 빛은 침묵하는 재속맨발가르멜회가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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