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콘텐츠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논현 마트료시카

위 치 서울 강남구 논현동 266-15
구 분 신축
용 도 제2종 근린생활 시설 
대지면적 486.30 m2 지상층수 4
건축면적 280.26 m2 지하층수 3
건폐율 59.47 % 구조 철근콘크리트 구조
연면적 1,535.03 m2 용적율 145.87 %
작품설명 평편한 땅 위에 이루어져서인지 근대적 도시의 산물인 직각체계가 어울리는, 서울의 강남. 이것은 삼십년 남짓한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현대적 도시에 어울리는 지금의 형태를 갖추었다. 강남대로와 테헤란로 등의 큰길가에 고층의 업무시설이 들어서면서, 블록 안쪽으로는 다양한 상업시설들이 주거지를 감싸는 내부 표피처럼 보호막이 형성되어있다. 하지만 그 블록 내부로 이미 주거지의 역할을 상실한 곳들이 즐비하다.
최근 강남의 한복판에는 언덕의 가파른 경사덕분에 아직도 조용한 주거지로 오랫동안 보호 받고 있던 동네, 논현동이 요즘 부상 중이다. 이 동네는 대로변으로 근린생활시설들이 줄 서 있고 그 이면으로 주거 건물이 밀집한 곳이다. 북적이는 대로변의 분위기와 달리, 블록 내부는 주거지로서의 차분한 분위기를 아직도 지닌 동네이다.

이제는 거주와 상업의 명확한 경계를 가진 블록 구조보다는, 주거지로서의 쾌적한 환경 조건을 지니면서 공생하듯 사이좋게 소규모의 다기능 근린생활시설이 주민의 커뮤니티와 편의를 돕는 도심 속의 새로운 주거지로 재생되길 기대해본다.

계획 부지는 대로 이면 깊숙이 4-5층 높이의 주거지 사이에 위치해있다. 주차 공간을 제외하면 땅을 꽉 채우고 서있는 이 밀도 높은 주거 건물들은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에 있어서 예민하다. 법규상의 이격 거리, 창의 시각을 차단하는 차면시설만으로는 주변의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내부가 들여다보인다거나 심리적으로 느껴지는 불안감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
기존의 주거 건물들은 자신의 프라이버시 간섭을 차단해줄 닫힌 경계를 요구한다. 반면 새로 들어설 근린생활시설은 여러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구성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각 영역마다 독특한 자기만의 개성으로 채울 수 있는 경계를 원한다. 이는, 신축 건물로서 이미 존재했던 건물들에 대한 예의이자 내 스스로의 영역도 확보할 수 있는 양면의 성격을 가진 서로 다른 경계: Dual-Face 가 되었을 때 가능하다.
해당 부지는 사각형의 네모난 형태로 사선 제한에 의해 위로 좁아지는 피라미드 모양의 틀을 갖고 있다 .이 규제의 틀 안에서 내부 공간을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단단한 껍질을 만들었다. 이 껍질은 상층부로 갈수록 점점 작아지며 포개져 경계 안에 경계를 품는 구조가 된다.

러시아 인형 마트로시카처럼 마치 인형안에 같은 형태의 크기가 더 작은 인형이 반복되어 포개져 있는 상자 구조로 이루어진다.
몇 회를 반복하는 상자구조는 유연한 공기층을 가지고 있어 경계 안에서 자기만의 내밀한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생성될 수 있ㄴ는 여유를 만듦과 동시에 둘러싼 주거들에게 사생활권을 보호한다.
이것은 거울을 양쪽에 세워 높으면 끝없이 무한대 속으로 빠져드는 것처럼 상자 안의 상자를, 이야기 안에 이야기를 계속해서 생성하는 미장아빔(mise en abyme)을 만든다.
주거 밀집 지역 안에서 주변 건물과의 프라이버시 관계에 의해 겉으로 경계를 만들지만 안으로는 각자의 내밀한 풍경을 가진 건물, ‘마트로시카’가 되어야 할 것이다.

<글·사진 : 제33회 서울시 건축상 작품집(사진작가 : 김용관)>
지도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