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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 사옥

위 치 서울 강남구 역삼동 695-39
구 분 신축
용 도 제2종 근린생활 시설 
대지면적 285.10 m2 지상층수 5
건축면적 163.13 m2 지하층수 1
건폐율 57.22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연면적 788.28 m2 용적율 196.48 %
외부마감 전벽돌 습식/건식 쌓기, Filobe 커튼월 시스템 내부마감 콘크리트 노출면 마감
작품설명 [SITE]

대지는 선정릉 근처이다. 테헤란로 도처에 선정릉을 끼고 번쩍거림으로 으시대는 건물들은 즐비한데, 막상 선정릉을 알아봐 주는 건축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우리는 대지가 16M높이 위로 들려진 것을 상상해 보았다. 강남의 주거지역 골목의 길모퉁이 작은 땅이었지만, 들어 올려진 대지위에서 바라본 선정릉은 강남을 압도하였다.

[VOLUME]

대지가 길모퉁이에서 6M주거지역 도로를 접하고 있기 때문에, 도로사선제한을 양옆에서 받는다. 그래서 도로 반대편으로 Set-Back이 3단의 덩어리로 구성이 되었고, 그 단들이 선정릉을 바라볼 수 있는 데크와 외부계단으로 구성이 되었다. 언뜻 보면, 장식처럼 보이는 외부계단도 실은 아래층 위층을 연결하는 직통계단이다. 즉 건물의 내부에는 별도의 계단이 없다. 이것은 건축물의 내부 계단이 사선제한규정을 순차적으로 뒤로 물러나는 단들로 인하여 공간 효율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각층에는 직원들이 쉴 수 있는 외부공간이 풍성해 졌다. 건물의 덩어리가 이러한 외부공간들로 쪼개져 있기 때문에, 건물의 외관은 짙은 회색의 전벽돌이지만, 지나치게 무겁거나 과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MATERIAL]

정면은 보다 얇은 단면의 슬라이딩 커튼월 시스템을 사용해 전경이 보다 투명하고 시원하게 보이고, 옆에서 보면 검은 벽돌을 다양한 패턴으로 쌓아올린 벽면이 마치 조형 작품이나 기념비처럼 다가온다. 벽돌 벽 중간에 구멍이 뚫리게 쌓아 마치 망사처럼 반투명하게 안과 밖을 반쯤 가리고 반쯤 노출하는 벽돌 벽은 묵직한 벽돌임에도 경쾌한 리듬을 보여준다. 전벽돌이란 소재를 고른 것은 바로 옆에 문화재인 선정릉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서 깊은 역사문화 공간에 옆에 들어서는 건물이므로 혼자 튀기보다 선정릉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은근감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고른 소재가 전벽돌이다. 전벽돌과 함께 나무를 곳곳에 사용하여 건물의 무거운 느낌을 보완하였다. 그리고 전벽돌과 나무사이에는 철로 재료의 경계를 만들어 놓았다. 검은 묵직한 철이 없다면 벽돌과 나무사이의 긴장감이 덜 했을 것이다. 철은 날렵하고 강성이 좋은 재료여서 나무와 벽돌과 밸런스를 이룰 수 있었다.

[길]

우리는 들어 올려진 대지, 즉 옥상공간를 먼저 염두에 두고, 건물을 아래로 만들어 나갔다. 옥상공간은 지상에서부터 순차적으로 뒤로 물러나는 외부 계단길을 통해 건물로 올라간다. 이 외부계단길은 단순히 계단이 아니라, 한국적인 풍경을 담아내는 골목길이고, 선정릉을 바라보는 산책로 이다. 우리는 이 외부계단의 벽면의 높이를 적절히 조절하여, 선정릉의 풍경을 긴장감 있게 담아내고자 하였다. 순차적으로 뒤로 물러나는 외부계단의 다공질의 전벽돌면은 시선을 차단하되, 빛은 들여온다. 외부에서 볼때, 이 외부계단길의 레이어들은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왔던, 마을을 감싸고 있는 나즈막하게 겹쳐진 산들의 풍경 같기도 하다.

외부 계단길을 올라가면 다양한 골목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계단참에 두툼한 목재벤치가 있고, 장독대 항아리이 있다. 사무실에서 내다 놓은 화분들도 골목길에 잘 어울린다. 올라가다 보면 물왁이 옆에 세워진 목재문이 열려있다. 최상층인 5층에는 비밀스러운 중정(안뜰)을 집어넣었다. ㅁ자 한옥처럼 내부에 작은 마당이 있는 구조 역시 한국적 공간감을 느끼게 한다. 외국인 고객들이 자주 방문하므로 한국적인 풍경을 건물에 집어넣어 달라는 건축주의 요구에 맞춘 것이다. 비밀스러운 조그만 중정을 거치면서, 폭이 좁은 투박한 통목재 계단으로 올라가면, 드디어 옥상위에 펼쳐진 선정릉을 만나게 된다. ABC 사옥의 옥상, 중정, 계단길, 데크등 다양한 외부공간들은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해준다.

그중에서 선정릉을 바라볼 수 있는 옥상이야말로 이 건물에서 일하는 이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여유공간일 것이다. 옥상을 옥탑이나 엘리베이터 탑이 없는 평지로 만들어야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래서 엘리베이터를 4층까지 설치하고, 5층은 계단으로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옥상에 엘리베이터 기계실이 있고 없고는 큰 차이다. 다른 집들이 이 집의 옥상을 바라볼 때도 평지이기 때문에 좋을 것이다.

[작가의 변]

사옥을 사용하게 될 회사는 업무의 특성상, 해외로부터 외국인들의 방문이 잦았다. 회사 대표인 건축주는 이 외국인들에 어떻게 한국적인 것을 보여 줄 것인가를 늘 고민해 왔다고 했다. 그러한 그의 관심은 한국의 고가구에 대한 애정으로 발전을 했고, 한국의 멋을 찾아 전국을 여행하는 것이 그의 취미활동이 되었다. 한국성이라는 것은 모호한 개념이긴 하지만, ABC사옥에서 전벽돌, 나무, 철, 길, 물건, 식물들이 선정릉과 어울어진 풍경은 한국적 풍경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건축주가 설계중에 우리에게 한국적인 어떠한 것도 강요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강남의 한 귀퉁이에서 일상적인 한국성의 풍경을 다시 찾았으니, 우리와 건축주의 비젼이 잘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글·사진 : 제31회 서울시 건축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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