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
[작품설명] 출처 : 2012 서울건축문화제 홈페이지
친구들과 함께 할 연습실이 딸린 단독주택을 짓기 원하는 국악인 부부를 만났다. 국립국악원 가야금 연주자인 아내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타악그룹을 꾸리는 남편은 연습실과 집이 함께 있는 단독주택을 짓기 위해 잠원동 30평 대 아파트를 팔아서, 관악산 아래 좁고 긴 대지를 구입한다. 주변에 다세대 주택과 북쪽으로 도시전망, 집안의 좌, 우측 좁은 틈으로는 자연과 만날 수 있다. 건축주는 대지에서 법적으로 가능한 최대의 면적과 주차대수, 외부로는 프라이버시가 지켜지면서, 손님을 맞을 수 있는 바람직한 일상을 실현할 공간을 원한다. 한국의 전통주거는 자연 속에서 방, 마루, 마당이 수평으로 증식하는 관계의 건축이다. 이를 도시에서 수직적으로 구현하겠다는 생각과 건축주의 희망사항을 최대한 수용함으로써 도시주거의 보편적 대안이 되는 것을 목표로 시작했다. 순수한 건축적 사고의 결과가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의 단초는 현실을 이루는 조건에서 발견되는 것이고 그 과정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욕망과 의지와 핑계를 조율하는 과정, 현실의 고단함과 우연과 어쩔 수 없는 상황을 해쳐나가기 위한 일련의 결과를 집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집을 짓는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유효한 생각은 오로지, ‘왜 짓는가?’였다. 간이 녹음실로 쓸 수 있는 지하층의 연습실, 1층의 주차장, 2층 거실, 주방, 손님방, 3층의 안채, 4층의 방과 가족실을 스킵플로어 형식으로 구성한다. 천창의 빛을 매개로 내부로 소통하면서도 일터와 2개의 살림을 별도로 할 수 있는, 각각의 공간이 독립적인 집이다. 설계와 감리 과정에서 긴밀한 협의와 세심한 배려로 디테일이 좋고, 질감이 느껴지는 집_품질이 좋은 집_은 지금 한국의 현실에서 젊은 세대의 건축가가 이루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고요한 그릇이 되기보다는 생활의 울림을 담보하는 악기가 되기를 기대하며 상상하고, 인내한다. 좋은 물건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하고 당연한 재료의 질감과 만듦새에 시간을 썼다. 견적서를 멀리하는 성실한 시공사와 모두를 믿고 기대하면서도 기대를 내색하지 않는 현명한 건축주와의 삼박자가 잘 맞았던 작업이다. 목표치에 근사한 결과를 통해 그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일상을 살고 있어서 행복하다. 건축을 상상하고 평가할 수 있는 근거는 집이 세상에 ‘어떻게 존재하는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