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
[시공간의 재생]
현재의 경농관(전시공간, 연구소, 수장고), 박물관, 자작마루(다목적강당)는 서울시립대학교의 전신인 경성공립농업학교 시기인 1937년 건립한 것으로 대부분은 소멸되고 이 3개의 건물만 보전, 유지되고 있다. 건립 당시 경농관은 대학본관, 박물관은 교실, 자작마루는 대강당으로 사용되었으며 우리나라 전체에서도 얼마 남아있지 않은 일제 강점기의 학교 건물로서 근대 건축의 사료적 가치가 적지 않은 건물이라 할 수 있다. 세 건물 모두 벽체는 단열재 없이 적벽돌이 사용되었는데 벽 외부는 적벽돌이 그대로 노출되었고 내부는 벽체와 마감재료 등 대부분 변형되었고 특히 천정부분은 자체무게 뿐만 아니라 냉난방 및 조명설비, 전시용 가설물 등의 과다설치로 목조트러스의 구조안전과 화재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상태였다. 모든 공간구조와 마감재료 및 디자인을 변경하여 복원에 가까운 정도의 보수보강공사를 하게 된 것이다. 주요공사는 천정마감재 철거, 기존목조트러스 구조보강, 소화용 스프링클러 신설, 냉난방공사, 목조 트러스의 전기스파크감지기 신설, 외벽 단열공사 및 고파벽돌 치장쌓기, 내부 벽체 몰탈제거 후 씻어내기, 지붕 외단열 및 티타늄 아연판 시공, 목재창호설치 및 2중창호(외부목재창-중간단열알미늄창), 목재쪽널 및 무근콘크리트 바닥공사, 화장실 벽돌, 목재마감, 자작마루 무대, 조명, 음향 및 중2층 발코니 설치 등이었다. 특히 기존 천정마감을 제거하는 작업은 디자인차원의 의도와 함께 이 공사의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기술적 이유였다. 트러스에 의존하고 있던 과도한 하중(마감자체하중과 냉난방기기, 조명기구, 전시용 철제 구조물 등)을 줄여서 목조트러스의 구조안정성을 확보하고 화재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소방, 기계, 전기등의 설비용 배관, 배선을 측벽과 천정으로 정리하는 작업은 현장 판단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서 공정상 매우 어려움이 많았다.
[공간의 속살]
이번 작업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목표와 원칙은 벽돌과 목재로 대표되는 재료의 솔직함을 건립 시기의 작업에 가깝게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는 시간의 흔적과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한 방법으로는 가장 유효하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오래된 그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사연을 들어주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의미있는 작업은 기존에 있던 천정재를 모두 철거하고 목재트러스를 노출시켜 공간볼륨을 높게, 크게 확장함으로써 시공간의 속살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1937년부터 감추어졌던 목재트러스와 적벽돌의 속살이 드러난 순간은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좋은 음악이나 명화를 통해 느끼는 감동과 같은 것, 오히려 그것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여 공간볼륨 이 커지고 안정성이 확보된 경농관이나 자작마루는 어디에서든 전시, 음악, 연극,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로소 캠퍼스내에 학생들이나 교수 모드에게 열려있는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이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글·사진 : 제31회 서울시 건축상 작품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