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콘텐츠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금산주택

위 치 충남 금산군 남이면 석동리 136-23 외 1필지
구 분 신축
용 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869 m2 지상층수 1
건축면적 75.6 m2 지하층수 -
건폐율 8.7 % 구조 목구조
연면적 75.6 m2 용적율 8.7 %
작품설명 이 집은 충청남도 금산 외곽에 위치한 진악산이 마주 보이는 언덕에 있다. 남쪽으로 얕은 구릉에 집들이 가까이에 박혀있고, 솟아있는 산 사이로 멀리 큰 저수지가 있다. 바람이 그 골짜기에서 빠져나와 이 땅을 거쳐 동네 언덕 사이로 빠져나간다.

거주면적 43㎡, 마루 26㎡의 소박한 집은 마루에 앉으면 산이 걸어 들어오고, 발아래로는 경쾌하게 흘러가는 도로를 내려다보는 시원한 조망을 가졌다. 마당은 널찍하게 비워놓았고, 옥외 샤워장과 데크는 야외 활동을 위해 준비된 공간이다. 이 집은 교육자인 집주인을 비롯해 책들과 학생, 그리고 동료 선생님들을 위한 곳이며, 서양식 목구조를 적용하여 한국 건축의 공간을 담은 집이다.

우리는 건축을 시작한 이래 이십여 년 이상 한국 건축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일본이나 중국의 건축과 다른 한국 건축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간이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건축은 이를테면 정지된 화면이 아니라 동영상처럼 공간과 공간 사이로 끊임없는 흐름이 있다. 그리고 내·외부의 방들은 그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며 빛과 바람 같은 자연의 요소들이 지나가는 흔적을 담는다.

우리는 집의 주인에게 진악산을 바라보는 동서로 긴 집을 권했다. 집의 여러 가지 조건이 육백 년 전의 위대한 철학자 이황의 집‘ 도산서당’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도산서당’은 일자형의 단순하고 작은 집이지만, 큰 생각을 담고 있다. 그는 자신을 낮추고 남을 존중한다는‘ 경(敬)’의 사상을 바닥에 깔고 단순함과 실용성과 합리성을 추구했다. 즉‘ 도산서당’은 이황 자신이라는‘ 현실’과 자신을 만들어주고 지탱하게 해주는 책이라는‘ 과거’와 그에게 학문을 배우는 학생들이라는 ‘미래’를 담는 집이었다. ‘작고 소박한 집에 우주가 담긴다는...’ 그 말만 들어도 마음이 두근거린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달에서도 보일 정도로 큰 신전과 같은 거대한 집이 아닌, 생각이 담긴 집이다. 게다가 그 생각이 높고도 향기롭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 도산서당’은 우리가 건축가로서 늘 꿈꾸던 그런 집이었다. 우리는 대부분 집에 집착하고, 집의 크기에 집착한다. 현대의 집들은 점점 커졌다. 그리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 또한 비대해져서 집은 점점 좁아지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집 늘리기에 골몰하고 있다.‘ 보통의 인간’은 아주 작게 태어나서 아주 작은 집(땅)으로 돌아간다. 그런데도 그 삶의 중간에서 자신을 필요 이상으로 키우고, 결국 그 무게에 눌려서 버둥거린다. 왜 우리는 우리의 몸에 맞지 않는 집을 원하는 것일까? 우리는 왕도 아니고 신도 아니고 우주인도 아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집도 사람을 기형으로 만든다. 우리에게 맞는 적합한 크기는 얼마 만큼일까? 사람들은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집도 커져야 하고, 그래야만 사회적 성공을 이룬 것이라고들 믿는다. 그러나 화려한 집에 담기는 건 빈곤한 삶이다. 어느 날 물밀듯이 밀려오는 존재에 대한 회의처럼 집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침실과 손님방과 최소한의 부엌과 화장실, 그리고 서재가 되는 다락방을 담은 금산주택은 ‘도산서당’의 구성을 그대로 닮았다. 금산주택의 건축주는 노후를 아내와 함께 지낼 작고 소박한 집을 원했다. 공교롭게도 이황과 같이 교육자이자 학자이고, 그가 도산서당을 짓기 시작한 나이와 같았다. 이 집 또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담고 자연과 조화롭게 마주 보며 학생들과 공존하는 그런 집이 될 것이다.

< 글 : 임형남+노은주, 사진 : 박영채 >
지도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