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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 /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낙산공원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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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AKSAN FORTRESS

 - 서울의 삶과 시간이 각인된 재개발 대상지 낙산

 

  서울 내사산의 좌청룡에 해당하는 낙산은 그 능선으로 동대문에서 이어지는 서울성곽이 있어 서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녹지축이며 또한 역사경관의 대상이다. 낙산의 언덕은 한국전쟁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라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달동네로 자리 잡아 그 전형적인 모습을 아직까지 고스란히 간직한 곳으로 오래된 서울의 삶과 시간이 고스란히 각인되어 있어 서울근대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생활문화유산의 박물관과 같은 곳이다. 얼마 전 서울성곽 주변의 낙산아파트를 헐고 낙산공원이 조성되었고, 성곽 아래 언덕은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어 곧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하나 둘씩 자연스럽게 집이 들어선 오래된 마을에서 볼 수 있는 길과 급경사 지형의 낙산언덕에 옹벽을 쌓고 지어진 집들이 어울리고 뒤엉켜 다른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장관을 스스로 연출해 내고 있다. 빽빽이 들어선 집들은 가까스로 확보한 대지에 한 치의 빈 곳도 허락하지 않고 지어졌지만 언덕아래 펼쳐지는 푸른 능선으로 감싸인 서울의 풍경을 넉넉히 내려 보고 있는 독특한 여유가 동시에 존재한다. 궁핍한 형편에서 최소한의 투자로 삶의 터전을 완성해 내야 했던 절실함으로 최소한의 공간확보와 최대한의 공간활용을 목표로 건축으로 구축해 낼 수 있는 최적의 형식이 만들어진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작은 공간과 디테일에서부터 크고 작은 골목길로 이어지고 있는 마을 전체의 조직까지 훈련받은 건축가 조차 숙연할 수밖에 없는 빛나는 건축적 성취들을 보여주고 있다. 과연 어느 누가 이 같은 마을을 계획하여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수 십 년 이상 누적된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오늘의 삶을 이어오게 만들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일까. 낙산마을 만이 아니라 오래된 자연마을마다 갖고 있는 가치들을 우리가 속속들이 알고 있기나 한 것인가. 

 

  이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도 못하면서 말끔히 헐어내 지워버릴 계획을 끊임없이 실천하고 있는 이 시대의 오류는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 어설픈 조사와 삶을 밀어낼 박제화 된 몇 가지 대안만으로 건축과 도시 전문가들의 역할이 충분하다고 변명할 수 없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삶과 건축, 도시의 진실과 아름다움 앞에서 과연 무엇을 고민할 것인지, 어떤 대책을 만들어 사회를 설득할 것인지 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또 재개발로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게 될 이곳의 주민에게 동네를 지켜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

 

권문성_성균관대학교 교수



 

 

 

 

 

다양한 공간 낙산

 

  서쪽의 인왕산(仁旺山)에 대치하는 산으로, 산 전체가 노출된 화강암(花崗岩)으로 이루어졌다. 산 모양이 낙타(駱駝)의 등과 같다고 하여 낙타산 또는 낙산이라 불리게 되었다. 오래 전부터 숲이 우거지고 약수터가 있어 아침산책길로 많이 이용되었다.

 

  한 때 산 중턱까지 아파트가 들어서 있었지만, 공원녹지확충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근린공원으로 지정되어 아파트가 철거되고 복원되었다. 산 북쪽에 있었던 홍화문(弘化門:東小門)은 없어졌으나, 남쪽에 있는 흥인지문(興仁之門:東大門)은 남대문과 함께 서울의 상징이 되고 있다.

 

  가파른 경사지, 층층이 조성된 대지 위에 집장사들이 똑같은 집을 지어 분양하기도 하고, 불규칙하게 땅을 나누어 집을 짓기도 한, 아주 다양한 주택 군상들이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 수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으로 모여 있다.

 

  수 십 년의 시간동안 사람들이 고치고 다듬어 낸 그 마을공간은 건축가들이 2차원의 도면에 그려내기 어려운 다양한 공간을 보여준다.

 

  가파른 경사를 오르기 위한 원형 자동차 경사로, 거기에 형성된 거대한 옹벽 단차사이,  좁은 틈을 이용해 만들어진 정원... 건축가 없는 건축에서 공간을 활용하는 지혜를 배운다.

 

김용미_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낙산의 삶과 도시

 

  낙산부근이 대상지로 선정되었을 때 제일 먼저 그곳을 나의 답사지로 꼽은 것은 두가지 이유였다. 하나는 그 곳이 내가 중/고시절 가끔 가고 산책하던 곳이어서 무언가 향수가 있어서이고, 다른 하나는 왜 포럼의 사람들이 낙산을 대상지로 꼽았는지 궁금해서였다. 첫 번째 사항은 성벽이 잘 복원되어, 예전의 허물어졌던 것과는 다르나, 그런대로 옛 기억과 연결되기에 충분하였다. 두 번째 사항은 낙산지역이 결국은 우리가 이즘 늘상 보는 아파트, 상자곽같은 건물등과는 다른 분위기, 형태 등을 통해 우리에게 다른 정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즉, 흔한 일상과 비교되고 상대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낙산; 지형의 건축화

낙산지역은 축대와 계단을 빼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는 마치 집들이, 사람들의 삶이 지형과 접촉하며 수놓은 문양과 같은 것들이다. 또한 반대로  이런 지형의 문양들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기억에 지워지지 않는 문양으로 남아 있게 된다.

 

 

 

낙산; 시간의 건축화

낙산에는 길이나, 골목 그리고 건물들에 사람들의 손때가 많이 보인다.  고친 흔적, 땜질한 흔적, 그리고 덧대어 지은 흔적 등 그곳의 건물들은 사람들의    삶의 시간이 형태를 갖춘 모습들이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시간대에, 다양한 사람들이 개입하면서 만든 다양성과 삶이 밴 모습들이 정감있게 다가온다.



낙산; 건축의 생활화

아파트는 내부는 몰라도 외부는 스스로 바꿀 수 없다. 그런데 낙산의 주택들은 끊임없이 스스로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서 증축, 개수, 보수, 덧대기, 칠하기 등을 통하여 변화하여 와서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같이 느껴진다. 아파트는 깨끗하기는 하나 잘 소독된 세트같이 느껴지고, 공장에서 만든 수많은 기성품같다. 그러나, 낙산의 건축과 도시는 마치 주문품, 공예품과 같은 느낌을 우리에게 준다.

 

 

 

 

 

 

 

낙산의 도시건축에서 보는 우리 도시건축의 미래

이제 우리 아파트에서 건물이나, 외부공간/화단등도 일단 입주가 끝나면 사는 주민들이 동별로, 또는 계단실별로 안전이나 재난에 문제가 없다면 좀 바꿀 수 있게 해줄 필요가 있다. 그동안 지은 수많은 재개발 아파트나 신도시 아파트들로 인해 획일과 답답함의 일상 속에서 신음하는 주민들에게 자유의 통풍구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쓸데없이 높이를 높이고, 다양한 높이가 있어야만 다양성이나 변화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크기의 건물이라도 각각의 개체가 조금씩만 사는 사람의 체취가 묻어나오게 한다면 매우 다양한 공간환경이 만들어 질 것이다.

 

김기호_서울시립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