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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동길 /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1266번지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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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동 근린공원

 

전세계는 지금 크기의 전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버즈 두바이의 하늘을 찌를 듯 올라간 첨탑을 보며,

중국도, 러시아도,

여기에 뒤질세라 서울도 여러개의 프로젝트로 높이 경쟁에 가세하고 있는 중이다.

 

생경한 형태와 화려함으로 포장된 수없이 많은 건축물들은

구겐하임 빌바오를 시발로 세계 곳곳의 도시 특화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서울 역시, 이러한 건축 상품을 내세워 세계 속의 도시로 거듭나려 한다.

 

역시 마찬가지로

한강르네상스, 북서울 꿈의 숲 등 기존의 거대한 공원과 함께 새롭게 기획된

서울의 대표 공원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중이다.

 

높고, 크고, 화려한 도시 시설물들은 서울의 윤택한 미래를 보장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 크기 만큼이나, 그리고 그 화려함만큼,

도시민의 기대도 커지게 마련이지만,

한편, 왠지 모르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쾌적하고, 살기좋은 도시 환경속에는,

그 환경을 누리는 사람을 본위에 두고 기획되어야 한다.

크기의 균형, 소박함과 화려함의 조화가 함께 해야 한다.

크고, 화려함과 함께 어디선가에선 작고, 소박한 그 무엇을 기대하기도 한다.

 

1982년 토지 구획정리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되어 1988년 조성된 ‘포이근린공원’은

서울의 밀집주거지 사이에 또 다른 태도로 자리잡고 있다.

 

그 공원은 작다.

그리고, 그 공원은 소박하다.

하지만, 시민의 활동에 밀접하다.

맘먹고, 멀리 차를 타야 다다를 수 있는 공원이 아니라,

내 집 현관을 열고 나오면 바로 다다를 수 있는 공원이다.

 

누구나 아는 공원이 아니다.

마치 내 일기장에 은밀히 숨겨온 비밀처럼

그들만 아는 듯이 차분히 그 들 옆에 항상 그대로 있는 공원인 것이다.

그들에게 하나의 작은 비밀의 화원이다.

 

소박하고, 작은 것도 아름다울 수 있다!

 

윤승현_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 소장




 

 

 

개포로북23길

 

  이번 답사한 아름다운 숲길의 공식 명칭은 개포로북23길이다. 정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아무리 개포동의 토지구획정리사업에 의하여 많은 소로 중의 하나라 하더라도 이렇게 아름다운 길 이름이 개포로북23길이라니!

 

  그러나 이 숲길은 이름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그 아름다움을 감추고 있었다. 처음 답사 장소를 찾으면서 단독주택가 가로를 헤매면서 처음 만난 개포로북23길의 표지판은 이상했다. 내가 찾는 곳은 아름다운 숲길인데... 그러나 길을 걸으면서 사막속의 오아시스를 찾은 기쁨이었다. 우리 토지구획정리사업에도 이런 구석이 있다니! 놀람 그 자체였다. 숲길 자체가 가지고 있는 깨끗함, 청량감, 안전함, 그리고 숨어있는 분위기 등이 시간이 구획정리 후 시간이 지나면서 쌓여온 도시성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숲길은 양재천과 달터 공원으로 가는 길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토지구획정리사업이 이루어지고 단독주택들이 빼곡하게 들어앉은 상황에서 남북으로 이어진 숲길은 사람들의 숨통을 트이기에 충분했다.

 

  도시에는 3P가 있다고 한다. path(길), place(장소) 그리고 portal(관문)이다. 길은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통로의 역할을 하는 곳으로 이동을 목적으로 하지만 많은 경우 이동 이외의 다른 활동이 일어나는 도시의 중요한 요소이다. 장소는 어떤 특정한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곳으로서 도시설계의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portal은 길에서 장소로 장소에서 장소로 길에서 또 다른 길로의 전이 역할을 하는 곳으로 우리에게는 좀 생경한 요소임이 틀림없다.

 

  나는 이 숲길에서 새로운 portal의 형태를 발견한 느낌이다. 형태적으로는 선형의 path이며, 구획정리 가로에서 양재천(place)과 달터공원을 연결하는 통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좀 다른 각도에서 보면, 나무와 숲길의 형태로 주변에 숨어 있는 자연적 긴 관문의 형태를 가지고 있고, 이 숲의 관문을 통과하면 양재천의 열린 장소가 나타난 다는 차원에서 관문으로 보고 싶다.

 

양승우_서울시립대학교 교수

 

 

 

포이동 녹지길 

 

  의외의 공간, 오아시스란 표현이 아주 적합한 장소였다. 그곳을 찾아가는 과정은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해 약간은 헤매었는데 참 복잡하고 산만한 분위기였다. 정겨운 골목길의 풍경도 아닌 것이 정리된 도시적인 분위기도 아닌 그다지 살고 싶지 않은 동네였다. 그런데 포이동 녹지길에 들어선 순간 이러한 첫인상은 이내 지워졌다. 양쪽에 건물로 위요되어 햇빛이 많이 들지 않고 통행량도 크지 않아 자칫하면 그저 칙칙한 길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곳을 다양한 상록의 식생들이 신선한 청량감을 부여하고 있었다. 어느 집은 감나무가 이 가로공원과 어우러져 그 집과 이 가로공원이 상생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었다. 이 녹지길로 인하여 살고 싶지 않았던 동네의 분위기가 순간 살고 싶은 동네로 탈바꿈 되었다.

 

  면적인 쌈지공원과 선적인 가로공원이 어우러진 공간배치와 활용도는 산책하다 머무르고 또 반대로 할 수 있는 점에서 아주 좋았으나  공용주차장 쪽에서  이 길이 양재천과 이어지거나 서쪽에 확보되어 있는 녹지와 연결되어 다시 다른 공간으로 이어졌더라면 이용률이 더 높았으리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지 못한 배경에는 법규적인 문제나 사유재산과 같은 문제가 있었을 것 같다.

 

  이곳이 예전에 우리 동네 골목길이 가졌던 자생적 정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동네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담는 공간이 되어 진다면 더욱 좋겠지만 도시구조의 성격상 아무래도 거기까지는 무리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구지 선택을 하자면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공원의 측면을 강조하여 푸른 녹지길로 조성한 사례인 것 같다. 앞으로 이러한 여유공간이 보다 더 많이 만들어져 우리 일상을 담아내는 생활공간이 생겨나기를 희망한다.

 

  포이동 녹지길과 같은 유사한 사례가 우리 도심 속에서 오아시스의 샘물이 솟듯이 여기저기 생겨나서 다시금 자연이 어우러진 생활환경이 되어 지길 희망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포이동 녹지길은 ‘좋은 공간환경’으로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윤미방_바인플랜 소장